극단적 미니멀리즘

극단적 미니멀리즘과 인간관계의 거리감

memojin21 2025. 6. 28. 19:00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저는 제 삶의 거의 모든 요소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물건, 소비, 일정, 감정, 식사, 인간관계까지 하나씩 정리해오며 삶은 점점 가벼워졌고,
무엇보다 제가 저를 더 정확히 인식하는 감각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리 과정에서도 여전히 정리되지 않는 감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그건 다름 아닌 ‘외로움’이라는 감정이었습니다.

관계를 줄이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지만,
어느 날은 문득 누군가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리워지고,
의도치 않게 느껴지는 소외감에 마음이 출렁이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나는 지금 고립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선택한 거리감 속에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습니다.
그 질문은 제가 인간관계 안에서 어떤 태도를 선택하고 있는지를
다시 점검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과 인간관계 거리감

 

고립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거리

 

저는 예전에는 사람들 사이에서 무언가를 증명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 속에 있었습니다.
바쁘게 살아야 인정받는 것 같고,
모임에 빠지면 소외되는 것 같고,
항상 연락을 유지하지 않으면 관계가 끊어질까 두려웠습니다.
그런 삶은 겉보기엔 활발해 보일 수 있었지만,
속으로는 점점 에너지를 잃고 지쳐가고 있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저는
‘무조건 많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삶의 질을 높여주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과하게 이어진 관계는 때때로 감정의 과부하를 불러오고,
의미 없는 연결은 오히려 진짜 관계를 가려버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하나의 관계를 점검하고,
제 감정이 불편해지는 관계에는 정중하게 거리를 두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죄책감이 들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잘 지내?”라는 말 한마디에도
답장을 꼭 해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고,
모임을 거절하면 미안한 마음이 오래 남았습니다.
하지만 점점 알게 되었습니다.
거리를 둔다는 건 냉정함이 아니라, 감정의 균형을 위한 선택이라는 것을요.

관계를 줄이고 나니 오히려 남은 관계들이 더 깊고 진실해졌습니다.
자주 연락하지 않아도 마음이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
억지로 이어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흐르는 관계 속에서
저는 오히려 더 편안함과 충만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저 자신과의 관계가 다시 회복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연결에 대한 재정의

관계를 정리한다고 해서 인간관계 자체를 부정하거나
혼자만의 삶에 안주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저는 인간관계에 대해 더 깊고 진중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저만의 기준을 새로 세우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제 더 이상 사람들과 무조건 가까워지려고 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계에 있어 거리가 존재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할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너무 가까우면 오히려 서로의 경계를 침범하게 되고,
너무 멀면 마음이 닿지 않지만,
그 중간 어딘가에 ‘적정 거리’라는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을요.

이 적정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저는 관계에도 ‘루틴’을 적용했습니다.
정기적인 모임보다 자발적인 대화에 집중하고,
감정이 얽히기 전에는 한 걸음 물러나는 선택을 했습니다.
특히 SNS나 메시지 앱에서의 관계도 정리했습니다.
항상 연결되어 있는 상태는 생각보다 더 큰 심리적 피로감을 가져다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실천하면서 저는
‘사회적 연결’이란 내가 선택하고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감각을 회복했습니다.
그건 ‘누구와 친한가’보다
‘내가 누구에게 마음을 줄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한 연결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물리적 거리가 아니라
감정의 선명함과 주고받는 신뢰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저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거리감이 주는 관계의 안정감

 

이제 저는 인간관계에서도 여백의 미학이 필요하다는 것을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관계는 늘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언제나 반응하고, 항상 챙기고, 자주 확인해야 한다는 기준은
오히려 사람 사이를 불안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정한 거리감 속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관계는
불필요한 감정 소모를 줄이고,
진짜로 중요한 감정만 오가게 해줍니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오히려 거리감이 더 필요하다는 것도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오래 알고 지낸 친구, 가족, 자주 보는 동료처럼
가까운 관계일수록 ‘알아서 이해해줄 거야’, ‘이 정도는 괜찮겠지’라는 무의식이 작용하기 쉬웠고,
그로 인해 상처나 감정의 충돌도 더 자주 일어났습니다.
그런 순간마다 저는 어느샌가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상대방의 기대에 맞추고, 상황을 원만하게 만들기 위해
내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결국 마음이 불편해졌습니다.

하지만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며
감정이 고조되기 전에 한 걸음 물러나는 훈련을 시작했습니다.
대화를 멈추고, 잠시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며,
무조건 말로 풀기보다 기다리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관계는 소원해지지 않고
오히려 더 건강한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상대방도 저의 변화를 눈치채고
이전보다 조심스럽고 성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경험을 통해 저는 분명히 느꼈습니다.
내가 나를 잘 대해야, 상대도 나를 잘 대한다는 사실을요.
적정한 거리감은 불안이 아니라 신뢰의 표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거리감이 생겼을 때,
그것을 ‘소외’나 ‘고립’으로 받아들이지 않게 된 것도 큰 변화였습니다.
오히려 그런 순간은 내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그 시간을 통해 감정을 다듬고
다시 관계에 진심으로 연결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거리를 둔다고 해서
관계가 소홀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과한 친밀감보다는
선명한 신뢰와 안정된 거리가 사람 사이를 더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런 관계 속에서는 감정이 더 깊어졌고,
말이 줄어들수록 진심은 더 또렷해졌습니다.

이제 저는 거리감을 두는 일이
누군가를 밀어내는 행동이 아니라
내가 나를 지키면서도 타인과 연결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균형이라는 걸 몸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리감은 단절이 아니라
더 오래 함께하기 위한 선택임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