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미니멀리즘 실천 30일, 삶이 바뀌기 시작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이라는 결심

 

제가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로 결심한 건 어느 날,
무기력하게 거실 소파에 앉아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던 순간이었습니다.
해야 할 일도 많고, 정리할 공간도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고, 마음도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날따라 집 안은 유난히 어수선해 보였고,
쌓여 있는 택배 박스, 열리지 않는 서랍,
쓸모는 없지만 버리기 아까운 물건들 틈에서 제 모습이 너무 작아 보였습니다.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정말 나에게 필요했던 걸까?’
‘이런 공간 안에서, 나는 과연 편안한가?’

그날 저녁, 저는 ‘미니멀리즘’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시작했습니다.
블로그, 영상, 책까지 다양하게 접하면서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삶을 넘어,
삶의 모든 요소를 정리하고 구조화하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이라는 개념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의심부터 들었습니다.
“침대 없이 자는 게 가능할까?”
“옷이 계절별로 한두 벌이면 정말 불편하지 않을까?”
하지만 영상 속 사람들의 맑은 표정과
그들이 말하는 '내면의 평화', '선택의 자유', '불안에서의 해방'이
저에게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습니다.

‘일단 시작해보자. 30일만, 진심으로 실천해보자.’
그렇게 저의 극단적 미니멀리즘 30일 도전은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불편함과 공백

가장 먼저 정리한 것은 침대였습니다.
예전에는 매트리스 위에 토퍼까지 올려놓고 푹신한 이불과 베개로 몸을 감싸며 자는 것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당연한 루틴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요 하나만 깔고 자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처음 며칠은 허리도 아프고 낯설어서 자다가 몇 번씩 깼습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견디고 나니, 어느 순간부터 몸이 더 가볍고 단단해졌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책상과 화장대는 두 번째로 정리했습니다.
책상 위에는 매일 쓰지 않으면서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며 놔둔 문구류와 전자기기들이 가득했고,
화장대에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사용하지 않는 립스틱, 아이섀도, 향수병이 줄지어 서 있었습니다.
하나하나 꺼내어 손에 쥐고, ‘이 물건이 지금 내 삶에 정말 필요한가?’를 자문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필요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건, '감정이 담긴 물건'이었습니다.
오래전 연인이 써준 편지, 엄마가 물려준 손거울,
기억이 담겨 있는 티켓과 엽서,
버리자니 아쉽고, 두자니 마음이 무거운 것들.
하지만 저는 이 물건들과도 이별하기로 했습니다.
추억은 물건이 아니라 기억 속에 남는다고 믿기로 한 것입니다.
눈물을 참아가며, 그러면서도 후련함을 느끼며 박스를 정리해 나갔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물리적인 비움이 곧 감정의 정리로 이어진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물건을 버리는 건 공간을 비우는 일이 아니라,
마음속에 오래 머물던 감정들을 내보내는 행위이기도 했습니다.

 

 

일상의 루틴이 달라지고 심리 구조가 바뀌다

10일이 지나면서, 공간은 눈에 띄게 바뀌었고
하루의 루틴도 전과는 전혀 다른 흐름으로 흘러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은 단순하고 조용하게 시작됩니다.
일어나자마자 스트레칭을 하고, 차 한 잔을 끓여 마시며
핸드폰 대신 종이 노트에 하루를 계획합니다.
예전에는 눈 뜨자마자 인스타그램을 열고
남의 삶을 들여다보며 내 하루를 비교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롯이 나에게 집중된 시간으로 하루를 엽니다.

식사도 달라졌습니다.
냉장고에는 과일, 달걀, 두부 정도만 넣어두고,
되도록 그날 장을 봐서 간단하게 요리합니다.
한 그릇의 음식을 준비하고 먹고 치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분,
그러나 그 시간은 저에게 매우 귀중한 생활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입을 위한 음식이 아니라, 몸과 마음을 위한 식사를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소비도 놀랍도록 줄었습니다.
한때는 택배를 받지 않는 날이 없었고,
기분 전환을 위해 화장품이나 옷을 주문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소비'라는 행동 자체를
하루에 한 번도 하지 않는 날들이 대부분입니다.
대신 산책을 나가거나, 식물에게 물을 주거나,
노트에 내 감정을 적는 일로 감정을 해소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간관계 역시 필터링이 이루어졌습니다.
1년에 한 번도 연락하지 않던 사람들의 번호를 정리했고,
SNS 팔로잉을 대폭 줄여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진짜 관계는 자주 보지 않아도 서로가 중심에 있다는 걸 알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오히려 더 편안하게 연결되고, 더 진심 어린 대화가 오가게 되었습니다.

 

진짜 나다운 삶이 시작되다

 

30일이라는 시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그 안에서 제 삶은 물리적으로, 정서적으로, 심리적으로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가장 뚜렷하게 바뀐 건, **‘소유의 기준’과 ‘행동의 동기’**였습니다.

과거의 저는 늘 더 갖고 싶어 했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만이 안정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입니다.
덜어낼수록 내가 더 분명해졌고,
비울수록 삶은 더 단단해졌습니다.

이 실천을 통해 저는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를 더 선명하게 인식하게 되었고,
그 방향에 따라 하루하루를 선택하고 움직이게 되었습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제거하자 진짜 중요한 것들이 선명해졌습니다.
가족, 건강, 글쓰기, 감정 관리, 걷기, 자연.
이 여섯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실천이지만,
그만큼 강력한 해방감과 통제감을 줍니다.
어떤 물건을 가지느냐보다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마음으로, 하루하루 실감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누군가에게도,
이 작은 실천이 삶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는 이제 60일, 90일,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이 미니멀한 기준 안에서 더 단단하게 살아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