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미니멀리즘

극단적 미니멀리즘과 식사, 덜 먹는 게 아니라 다르게 먹는 삶

memojin21 2025. 6. 28. 08:00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면서 저는 어느 순간 식사에도 의문이 생겼습니다.
물건을 줄이고, 시간과 소비를 단순하게 만들고 나니, 매일 반복되는 ‘먹는 일상’이 불필요하게 복잡하게 느껴졌습니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습관처럼 먹는 간식, 기분을 달래기 위해 시키던 배달 음식,
그리고 냉장고 안에서 자리를 차지하고만 있던 식재료들.
저는 이 흐름 속에 무의식적으로 휩쓸려 있었고,
식습관 또한 정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삶의 기준과 방향을 반영하는 중요한 일상의 축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저는 단지 음식을 ‘덜 먹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먹는 삶’으로 바꿔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는 저를 훨씬 더 가볍고 명료한 삶의 흐름으로 이끌어주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과 식사, 덜 먹는 게 아니라 다르게 먹기

 

식습관에도 기준이 필요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식사에 대해 특별한 기준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달달한 음식을 찾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별생각 없이 냉장고 문을 열곤 했습니다.
필요해서 먹는 게 아니라, 기분과 습관으로 먹는 일상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먹고 나서 속이 더 불편해지고,
무기력함이 더 깊어지는 악순환도 잦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극단적 미니멀리즘의 기준으로 식사의 구조부터 정리하기로 결심했습니다.
냉장고 안에 있는 오래된 식재료를 비우고,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양념은 과감히 줄였습니다.
한 주에 한 번 장을 보고, 필요한 만큼만 구매해두는 방식으로 바꾸었습니다.
반찬의 가짓수는 줄었지만, 오히려 식사의 만족감은 높아졌고
음식의 맛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사의 단순화는 시간과 감정의 회복으로 직결되었습니다.
매일 메뉴를 고민하거나 불필요한 장보기를 줄인 것만으로도 하루가 훨씬 더 여유로워졌습니다.
먹는 것이 단순해지자 생활 전반의 결정 피로가 줄어들었고,
식사가 더 이상 피로감의 원인이 아니라 회복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정과 연결된 식사를 분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식사를 정리하면서 가장 깊이 마주한 것은
감정과 식욕 사이의 불분명한 경계였습니다.
제가 음식을 찾는 이유가 늘 배고픔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점점 더 자주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외로울 때, 지루할 때, 또는 할 일을 미룰 때,
저는 음식으로 감정을 덮고 위안을 받으려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식사 전 스스로에게 질문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배가 고픈가?”,
“지금 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가?”
이 질문은 단순하지만 굉장히 강력했습니다.
질문을 던지는 순간 충동이 가라앉았고,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음식을 찾는지를 더 명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식사 시간을 감정과 분리된 고요한 시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음악이나 영상 없이, 조용히 맛과 식감에 집중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감정과 식사를 분리하는 연습을 반복하면서
저는 음식을 ‘감정의 도피처’로 삼지 않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간식이나 군것질도 줄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식사에 대한 죄책감이나 후회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잘 먹었다’는 뿌듯함과 균형감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식사에도 여백이 필요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비움과 정돈의 방식일 뿐만 아니라,
삶에 여백을 주는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원칙은 식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굳이 모든 끼니를 정확히 챙기지 않아도 되고,
조금 허전해도 기다릴 수 있다는 감각은
저에게 큰 자유감을 주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세 끼를 꼭 챙겨야 한다’는 고정관념이었습니다.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바쁜 날에는 가볍게 한 끼만 먹는 구조를 택했습니다.
하루 세 끼를 완벽하게 맞추는 것보다
몸의 신호에 맞춰 자연스럽게 식사 리듬을 조절하는 것이
저에게 훨씬 더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주일에 한두 번은 ‘의도적인 식사 비움의 날’을 만들어
가볍게 공복을 유지하거나
단순한 죽, 과일, 따뜻한 차만으로 하루를 보내는 실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시간은 제게 단순한 소화의 여유뿐 아니라
마음속까지 정돈되는 정적의 시간이었습니다.

식사에 여백을 주기 시작하자 삶 전체의 리듬도 자연스럽게 조절되었습니다.
과식이 줄어들고, 집중력이 높아졌고,
더 나아가 스스로에 대한 신뢰감도 자라났습니다.
덜 먹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먹는 것’,
그것이 진짜 의미 있는 변화였습니다.

 

식습관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정돈하는 방식

극단적 미니멀리즘의 시선으로 식사를 바라보면
줄이는 것이 아니라, 선택을 정리하는 작업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음식을 어떤 이유로 먹을지에 대한 기준을 만드는 일입니다.

이러한 기준이 생기자 저는
배가 고프지 않을 때는 억지로 먹지 않고,
감정이 격해질 때는 식사 대신 산책이나 글쓰기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음식이 감정을 다루는 도구가 아닌,
에너지를 채우는 수단으로 자리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그와 동시에 냉장고와 식자재 구조도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냉장고에 다양한 반찬과 소스를 채워두었지만,
지금은 자주 쓰는 재료 몇 가지만 깔끔하게 보관하고 있습니다.
장을 보는 횟수도 줄고, 버리는 음식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이런 변화는 식사뿐 아니라 소비와 시간, 집 안의 구조 전체에도 긍정적인 파장을 주었습니다.

극단적 미니멀리즘은 결국
무엇을 줄일 것인가보다 무엇을 남길 것인가를 묻는 철학입니다.
식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음식, 화려한 상차림이 아니라
나에게 꼭 필요한 한 끼,
그 안에서 균형과 만족을 느끼는 경험이
제가 식사를 통해 배운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